우리나라와 미국을 막론하고 이정후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 건 콘택트 능력일 겁니다.
이를 증명하듯, 이정후는 우리 시간 17일 있었던 마이애미와의 2차전에서도 안타를 치며 여덟 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갔는데요.
그런데 최근 미국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타석에서의 활약 외에도 이정후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더 있다’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수비할 때의 모습이라는데요.

특히 16일 경기에서는 수비 상황에서 공을 잡은 이후, 뜻밖의 모습을 선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정후의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한 건지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6일 있었던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1차전은 최근 있었던 이정후의 경기 중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멀티히트에 볼넷까지 얻어내며 삼출루를 한 데다, 팀의 동점을 만들며 타점도 하나 얻어냈으니 말입니다.
홈런 안 나온 것만 빼면 타석에서의 모습은 나무랄 데가 전혀 없었지요.
1회 첫 안타 이후 도루를 시도했다가 잡히는 아쉬운 장면도 있었지만, 장면 또한 느리게 돌려보면 2루수 글러브가 태그하기 전 이정후의 손이 먼저 베이스에 닿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각도에 따른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면 이번 시즌 3호 도루로 정정됐을 가능성도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렇듯 이정후는 이날 공격에 있어 거의 모든 부분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미국 야구 전문가들은 공격에서의 활약이 워낙 두드러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을 뿐, 이정후의 수비 상황에서의 플레이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날 이정후의 수비는 나쁜 점은 없었지만 딱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나 싶은데요.
이 경기에서 이정후는 6개의 뜬공을 잡아냈고 실책도 없었지만, 모두 큰 어려움 잡을 수 있는 공들이었고 어시스트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이정후의 수비를 주목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송구 때문인데요.
이정후와 같은 외야수들에게 있어 날아오는 공을 잡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능력이 바로 강력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송구입니다.
외야까지 공이 날아왔다는 것은 주자가 움직일 시간이 있거나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거라 외야수는 빠르게 그러면서도 정확히 공을 내야에 필요한 지점으로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정후는 이미 지난 9일 있었던 워싱턴 내셔널즈와의 경기에서 8회 초 안타를 잡아낸 뒤 3루로 재빨리 공을 보내 주자를 아웃시켜 빅리그 첫 어시스트를 기록해 그럴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그렇다면 딱히 어시스트도 없었던 16일 경기에서의 송구의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이 경기에서 이정후가 내야로 송구했던 상황들에서 그가 있던 위치를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서 나온 9일 경기 때 이정후가 잡았던 안타는 내야를 겨우 벗어나는 단타성 안타라, 외야 멀리서부터 뛰어내려와서 잡았습니다.
내야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조금만 더 내려갔으면, 유격수 활동 범위였지요.
반면, 16일 경기에서 이정후가 송구했을 때는 그보다 훨씬 외야 깊이 들어간 지점에서 공을 잡았는데요.
내야와의 거리가 꽤 있기에 빨리 던지지 않으면 주자가 움직일 여유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외야수로서의 송구 실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었다 할 수 있지요.
이 경기에서 나온 이정후의 내야 송구는 총 3번인데요.
우선 첫 송구는 1회 말 2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외야 우중간으로 날아온 뜬공을 잡은 뒤 3루로 보낸 거였습니다.
3루로 주자가 뛸 경우를 대비한 거였지요.
이정후가 잡은 위치에서 3루까지는 거리가 꽤 있어 주자가 뛰어볼 만도 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송구에 뛸 엄두도 못 내고 1루에 묶였습니다.
이에 현지에서 경기를 중계하던 MBC 스포츠 베이어리어 중계진은 “3루로 정확하게 던졌다. 좋은 수비를 뽐냈다”라고 칭찬했는데요.
그 덕에 발이 묶였던 2루 주자는 홈으로 못 들어오고 이닝을 마쳐야 했습니다.
이후 6회 말 이정후는 어마어마한 송구를 보여줬는데요.
주자 2루 상황에서 날아온 안타를 잡자마자 주자가 3루로 가려는 걸 보고 재빨리 3루로 공을 보냈습니다.
주자와 거의 동시에 3루에 다다른 공.
그러나 주자의 터치가 간발의 차로 앞서 아쉽게도 세이프가 선언되었는데요.
중계 카메라도 이에 아쉬워하는 듯한 이정후를 잡아줄 정도였습니다.
느리게 보면 왼쪽으로 공이 살짝 휘어 들어오기는 했지만, 속도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정확도였는데요.
출자가 조금만 느렸더라면 잡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송구였지요.
MBC 스포츠 중계진은 이를 두고 “이정후가 3루로 정말 좋은 송구를 했다. 아웃되지는 않았지만, 재즈치 주니어가 생각한 것보다 송구가 가까이 정확하게 들어왔다”라고 평했습니다.
그 뒤 7회 말에도 이정후는 1회에 그랬던 것처럼 외야 깊숙한 곳에서 뜬 공을 잡은 뒤 빨리 3루로 보내 2루 주자 발을 묶는 좋은 송구를 선보였습니다.
이정후가 이날 보여줬던 송구에 대해 MBC 스포츠 중계진은 “이정후가 오늘 밤 던진 3번의 송구는 정말 강력하다. 저게 바로 기본기 있는 플레이다. 정말 견고하고 강하게 던진다”라고 총평하며 칭찬했는데요.
이정후의 송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 볼서번트에서 외야수가 선행 주자 추가 진로를 얼마나 억제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만든 지표인 암밸류에서, 이정후는 플러스 1을 기록해 상위 8%에 들었습니다.
평균 대비 투자 한 명을 더 막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수비 득점 가치도 플러스 일을 기록하며 상위 21%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과 이달 초만 해도 이정후의 저조한 수비력이 경기 폐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던 적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단기간에 큰 발전을 보인 셈인데요.
정확히 말하면 이정후가 지금까지 수비에서 보여줬던 아쉬웠던 부분들은 이전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시행착오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햇빛 때문에 공에 늦게 반응해서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뜬공을 놓쳐 만루 홈런의 빌미를 쫓던 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가 대표적인데요.
고척돔이 홈이라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키움 히어로즈 때와 달리, 탁트인 데다 위치상 해가 질 때 햇빛을 정면으로 받아야 하는 오라클 파크에 아직 익숙치 않았던 탓에 일어난 일이었지요.
그럼에도 이정후는 이 일에 대해 “그래도 모두 같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고 나만 공이 안 보이는 환경에서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 번은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라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역시 같은 오라클 파크에서 열렸던 9일 내셔널즈와의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하는 등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그리고 키움 시절처럼 돔구장이 홈인 템파베이 레이스와 말린스를 상대하게 되면서 이정후의 수비력은 더욱 향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달 초 수비에서의 불안했던 모습은 정말로 이정후의 수비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낯선 환경 탓이었다는 게 이걸로 증명이 되었다 할 수 있는데요.
타격에서건 수비에서건 이정후가 날이 갈수록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MBC 스포츠 중계진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이곳에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야구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투수들을 상대하느라 적응에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지금도 이정후는 아주 잘하고 있다. 열심히 뛰고 원하는 만큼 안타를 치진 못했지만, 공을 세게 치고 어떻게 하면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을지도 알고 있다. 외야 수비도 범위가 넓을 뿐만 아니라 어깨까지 좋다”라고 전했습니다.
공수 양면에 있어 메이저리그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거네요.
물론 아직 이 정도로 만족하기는 이른 것 또한 사실입니다.
현재까지 이정후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마이너스 0.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아직 이정후가 팀의 승리에 실질적인 포텐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실례로 이정후는 8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중 멀티히트는 세 번뿐이고 멀티 출루도 절반인 4경기에 불과해 17일 경기 빼고는 다 리드오프였다는 걸 생각하면 만족스럽지는 않은데요.
하지만, 최근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도루도 며칠 새 2번 기록하고 13경기 만에 타점을 기록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어떻게든 안타는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긍정적인데요.
멜빈 감독도 이 점을 눈여겨보고 17일 경기에서는 이정후를 리드오프인 1번 타자로 기용했던 기존과 달리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가는 3번 타자로 출전시키는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앞선 3타석에서 헛스윙 삼진과 뜬공으로 아웃되다 마지막 타석에서야 안타가 나와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요.
그럼에도 주눅 들지 않고 어떻게든 끝까지 적응해내며 안타를 뽑아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꾸준히 더 많고 더 강한 안타, 나아가 홈런 등 장타를 칠 수 있게 할 건가인데요.
그런 점에서 18일 이슬 말린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팀 차원에서도 위닝 시리즈로 플로리다 원정을 마치기 위해 승리가 필요하지만, 이정으로서도 현재 리그 최악체로 꼽히는 팀 상대라면 당연히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리고 기세를 그대로 홈인 오라클 파크에서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데요.
이정후가 지금보다 더욱 멋진 활약 펼칠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의 말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