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우주백전 중국 심판의 석연치 않는 판정으로 인해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던 이니었지만, 역시나 신태용의 매직은 이대로 끝날 리가 없었습니다.
신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3일 카타르 도하에 앞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운명을 건 한판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한국을 8강에서 제압한 인니는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 상위 3위까지는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어 이번 이라크만 잡아낸다면 본선 진출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신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자신이 걸어온 축구 인생을 걸었습니다.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신태용은 “이번 대회에서 40년 축구 인생을 걸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이라크 모두 3위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최선을 다해 명경기를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번 우주백전 이후이니 선수단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발만 더 내디디면 본선 진출 확정이었는데, 좌절되어 버렸고 무엇보다 판정 논란으로 인해 억울한 분노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날 비디오 판독 끝에 인니의 페널티 킥이 취소되며 심태용 감독은 난생처음 보는 격앙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신태용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주심의 휘슬 하나에 선수들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시안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팀이든 공정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지난 우주백전 논란의 판정속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판진을 압박하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은 심판을, 심판은 선수와 감독을 존중해야 서로 불상사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순수하게 부탁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신태용 감독과인 이 대표팀은 이번 이라크전에 사활을 걸었지만 사실 지금까지 신태용의 인니가 이루어낸 것만 해도 이미 기적이나 다름없습니다.
인도네시아에 부임한 후 계속해서 성공 사례를 만들며 동남아 지역에서 조차 무시받던 인디 대표팀을 아시아에 다크호스팀으로 성장시켰기 때문이죠.
특히나 아시아 지역 최대 강자로 여겨졌던 한국을 꺾은 것은 조국을 상대해야 했던 신태용 감독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었으나, 인디 축구 역사에서는 이보다 더 동화 같은 순간이 없었습니다.
파리행에 재도전하는 신태용은 그야말로 도하의 기적을 그려나가는 중인데요.
이번 이라크전에서는 한국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트렸던 스트라익이 복귀했고,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의 최정예 멤버로 이라크를 무섭게 압박해 나갔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최대 장점은 바로 후방에서부터 중원 그리고 하프 스페이스까지 이어나가는 조직적인 공격 전개이고 이미 유럽의 명장들에게 인정받은 신태용의 선진 전술을 이식받은 이미 대표팀은 간결하고 조직적인 원투 패스로 이라크 선수들의 전방 압박을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모두의 예상을 깨는 세트피스 전술은 많은 팀들을 당황시키게 만들고는 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 17분 이내의 롱스로인으로 페널티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찬스가 굴러들어오기도 했었습니다.
기회는 골키퍼의 헤딩에 막혀버리고 말았지만, 이 상황에서 얻어낸 코너킥이 곧바로 인니의 선제골로 이어졌는데요.
18분경 짧은 패스로 또다시 예상을 깨는 세트피스 전술을 준비해 온 인니는 그대로 측면 지역에서 공을 주고받은 뒤 크로스 상대가 이 공을 커트해냈고 박스 근처 인니 선수에게 세컨볼이 향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을 오른발 슈팅으로 낮게 깔아차면서 이라크를 상대로 먼저 선제골을 기록했는데요.
인디 입장에서는 다시 한번 이별을 만들어내는 순간이었으나 역시 이라크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26분 이라크의 코너킥이 진행되었고 가까운 포스트 쪽으로 날아온 공을 인니 골키퍼가 손으로 처리해 내려다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공은 그대로 공중으로 붕 떠 이라크 선수의 머리에 떨어졌고 그대로 머리로 밀어 넣으며 골로 연결시켰는데요.
지금까지는 이미 선수단의 기술과 테크닉이 이라크를 압도했었지만 공중볼과 힘에서는 이라크 선수들이 강점을 발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반전 양 팀은 주고받은 뒤에도 엄청난 난타전을 펼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1대1 상황 하프타임에 들어섰습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신태용의 매직이 라커룸에서 변화를 일으키기를 기대하고 있었고, 후반전 약간의 대형 변화와 함께 인니 선수단은 더 무섭게 상대를 전방 압박하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이 두 팀의 전력은 굉장히 막상막하였고 거의 70분까지 팽팽한 흐름이 유지되며 쉽게 추가골이 터져 나오지 않았습니다.
72분경에는 완전하게 빠진 인도네시아의 뒷공간을 이라크가 침투했고 여기에 인도네시아 골키퍼까지 성급하게 튀어나오면서 완벽하게 1대1 찬스가 열리기까지 했지만, 인니 수비수가 재빨리 골문 쪽으로 달려가 공을 걷어내며 사실상 항골을 막아내기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또한 81분 인니가 환상적인 역습을 성공시키며 정말 골에 근접한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이마저 추가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경기를 펼친 두 팀은 결국 90분 내에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고 이제 인도네시아와 이라크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95분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이라크가 뒷공간을 완벽한 타이밍에 침투하면서 스코어를 뒤집는 추가골을 만들어낸 것인데요.
인니 수비와 골키퍼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실점이었고 9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잘 싸워오던 인니었기에 이 흐트러진 집중력에서 비롯된 실점이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이 스코어를 뒤집지 못했고 결국 연장 끝에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인이 국민들에게는 올림픽 출전권이 정말로 눈앞에 아른거렸을 겁니다.
조별예선부터 기적을 일으키면서 8강까지 올라왔고 심지어 자신들이 대한민국을 꺾을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주백전에 이어 연장전 끝에 다시 이라크에게 패배한 이 결과는 팬들 입장에서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것 일 겁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인니 팬들은 여전히 관중석에 남아 그동안 기적을 선물해 준 선수단 그리고 신태용 감독에게 열렬한 지지에 박수를 보내주었는데요.
또한 결과는 아쉬웠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아시아의 강호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번 이라크전에서도 점유율에서 앞서며 오히려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결국 전체적인 체급 차이에서 중요한 순간에 실책을 범하며 무릎 꿇고만 인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 이미 이번 대회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을 거두었고 무엇보다 대회를 지배할 정도의 압도적인 인디 대표팀의 경기력을 직접 지켜보아 왔기 때문에 누구도 인디 대표팀과 신태용 감독을 손가락질하지 않는 것이죠.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줘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터벅터벅 걸어다니던 신태용 감독의 모습을 지켜본 인니 국민들은 정말로 안타까운 심경이었을 테죠.
하지만, 이런 때야말로 축구 협회가 감독을 향해 신뢰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고 이미 축구 협회 시장 에릭터에 이르는 기자들을 불러모아 여전히 신태용 감독을 향한 자신들의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들을 동화 속에서 살게 해주었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 덕분에 이미 국민들은 마치 꿈속을 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아직 기니 대표팀과의 플레이오프가 남아있다. 그러나 설령 이 경기에서 패배하고 결국 올림픽 출전에 좌절된다고 하여도 우리는 여전히 신태용 감독을 믿고 따를 것이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영웅이다”
여전히 이미 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에는 아직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비록 이번 아시안컵에서 3위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아프리카 기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남은 한 장을 거머쥐며 본선 진출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인데요.
하지만, 물론 이 기니를 상대로 한 경기는 우즈백 그리고 이란보다도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프리카 팀들이 아시아 팀들보다 피파 랭킹도 더 높고 무엇보다 신체능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부분들이 많긴 때문에 특히나 동남아 팀들은 이런 국가들을 상대로 더욱 밀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전히 이미 국민들은 신태용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적을 다시 한번 믿고 있는 상황인데요.
게다가 이미 국민들 입장에서도 딱히 잃을 것이 없습니다.
2002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이 4강 이상까지 올라가 결승에 진출하고 또 우승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그들을 비판하는 국민들이 없었듯이 이미 대표팀과 신태용 감독이 이루어낸 기적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니 팬들은 올림픽 출전권에 집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신태용과 인니 선수단의 승리를 응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