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이정후와 관련해 미국 현지 매체들에서 꼭 나오던 표현이 있었습니다.
‘오버페이’ 혹은 ‘패닉 바이’
빅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이정후를 팀 주력 선수로 쓰려고 1억 달러가 넘는 거액의 계약은 과연 무리수가 아니냐는 거였지요.
이러한 여론은 이정후가 개막하자마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잠잠해졌지만, 이번 달 들어 다소 침체된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실시된 신인상 모의 투표에서 지난달과는 달리 1위로 뽑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게 대표적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멜빈 감독은 여전히 이정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고 이정후도 마침내 믿음에 보답했습니다.
지금부터 어떤 내용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24시즌 개막 후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투자 대비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팀이 터코마라면, 먹튀가 가장 많은 팀은 어디일까요?
매체 클러치 포인트에서 7일 발표한 2024시즌 초반 가장 실망스러운 다섯 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1위는 휴스턴 에스트로스, 2위는 마이애미 말린스, 3위는 에리조나 다이아몬드 팩스, 그리고 4위가 이정후가 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입니다.
5위로는 그나마 자이언츠보다 덜 실망스럽다고 평가받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현재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꼴찌인 걸 생각하면, 이 순위에서 이 팀보다 위에 있다는 건 심각한 수준이란 건데요.
승률로만 따지면 자이언츠가 블루제이스보다도 못하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클러치 포인트는 자이언츠의 현재 상황에 대해 “이번 오프 시즌에 지출된 금액 대비 실망감을 측정한다면, 샌프란시스코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와 맷 체프먼, 호르헤 솔레르, 블레이크 사볼을 영입하고도 득점 23위, 최소 실점 24위에 올랐다. 이건 밥 멜빈의 인기 첫해 예상했던 자이언츠의 행보를 실망스럽게 만드는 건 그들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명의 타자와 사이영상 수상자를 보강했음에도 여전히 지난해보다 더 적은 승리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요약하면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못하고 있는 게 자이언츠의 성적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란 건데요.
대표적으로 스넬은 현재까지 3경기 나와서 평균 자책점 11.57 을 기록해 어떻게 이런 투수가 사이 영상을 받을 수 있었나 싶은 모습만 보여줬지요.
솔레르 역시 타율 이하에다 홈런이 5개인데도 타점은 8점에 불과해 몸값다운 활약을 못 보여주고 있습니다.
챗프먼도 플래티넘 글러브까지 받았던 수비력을 높이 사 들여온 걸 감안하더라도, 이할 일푼에도 못 미치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저조한 타율을 기록 중인데요.
그렇다면 이정후는 어떨까요?
이정후 선수 만큼은 예외였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이달 들어 보여줬던 모습에만 한정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정후 역시 이달 들어 한때 타율이 이할 사푼데까지 떨어지고, 출루율도 따라서 삼할 미만으로 떨어지며 기대했던 것에 비해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건 매한가지였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팀 내에서 규정 타석 이상을 기록한 선수 중에서는 출루율 1위를 기록했지만, 이는 그만큼 팀 타석이 통째로 부진하다는 이야기기도 하니, 마냥 좋아할 게 아닌데요.
이러다 보니 이정후와 6년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했던 게 타당했는가 하는 이야기가 미국 현지에서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이언츠가 새로 데려온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했기에 그런 건데요.
이러한 분위기는 MLB 닷컴을 통해 발표된 5월 신인상 모의 투표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시즌 들어 두 번째로 실시된 이번 투표에는 현지 야구 전문가 38명이 참여해 각각 1위부터 5위까지 선수들을 선정해 진행되었는데요.
투표 결과, 지난달 투표에서는 내셔널리그 4위에 올랐던 이정후가 이번에는 5위 안에 들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1위 표는 단 하나도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정후를 바라보는 현지 야구 전문가들의 시선이 최근 들어 싸늘해졌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 지표를 아예 못 받은 건 아니지만, 하나당 5점이나 주어지는 1위 표를 하나도 못 받은 시점에서 유의미한 결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참고로 1위는 이미나가 쇼타, 2위는 야마모토 요시노브로, 모두 일본 투수들이 차지했습니다.
한일전에서는 발리지 않는 걸로 유명한 이정후가 여기에서는 발려버리고 말았네요.
이미나가가 투표 시점에 5승 무패에다, 평균자책점 0.78을 기록하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요.
따라서 이번 신인상 모의 투표 결과는 이정후가 다른 신인들과 비교해도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이언츠의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선발해서 제외하거나 하위 타선으로 보내지 않고 여전히 1번이나 3번 등 상위 타선에 기용했는데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흔히들 말하는 믿음의 야구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아무 근거 없는 믿음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앞서 말했듯, 이정후가 최근 들어 부진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팀 내 주요 타자 중에서는 최고의 출루율을 기록하는 등 그나마 팀 내에서 가장 꾸준히 뭔가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수치로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 할 수 있는데요.
타율이 이할 오푼 밑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삼진률은 8.1%, 헛스윙률 역시 9.9%에 불과하며 여전히 리그 2위를 지키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결과와 별개로 어떻게든 때려내고 있었다는 거지요.
거기다 이정후의 기대 타율은 이할 구푼 일리로 삼할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 최근에 저조했던 타율이 이정후의 제 실력이라 하기는 어렵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기대 타율은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 타격 후 1루까지 스프린트 속도 등을 모두 측정해 해당 선수에게서 통계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타율을 말하는 건데요.
8일 경기 직전 이정후의 타율은 이할 오푼 이리로 기대 타율과 사푼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이는 이정후가 쳤던 공들 중 충분히 안타가 될 법한데도 안타가 되지 못한 타구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들에서 나온 다른 구장들이었다면 홈런이 되었을 뜬공 세계가 대표적이지요.
그런 것들 말고도 이정후의 타구들을 보면 안타가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했음에도 외야수가 있는 쪽으로 공이 가서 물러나야 했던 것들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즉, 이정후의 현 성적은 정말로 이정후가 못해서라기보다는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지지리도 안 따라줬던 것이라고 하는 게 적합하다는 겁니다.
그것이 최근에 부진했던 성적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후는 자신의 불운을 원망하거나 하지 않았는데요.
간만에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7일 경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불운한 타자라는 말에 크게 신경 안 쓴다. 야구는 다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균에 회귀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잘 맞지 않은 타구가 안타가 될 수 있는 것이 야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정후는 이어지는 8일 경기에서 우리가 알던 모습을 다시금 보여줬습니다.
두 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빅리그 데뷔 후 최초로 한 경기에서 삼 안타를 기록했지요.
특히, 이 경기에서 나온 안타 중 두 개는 전날에 그가 했던 말대로 잘 맞았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이 안타가 된 경우라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제대로 맞았음에도 뜬공이 되었거나 야수에게 잡혀 안타가 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던 최근의 흐름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었는데요.
자신이 했던 말처럼 중간 과정이 어떠하든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본래 실력이 드러나게 되는 게 야구임을 제대로 보여줬다 할 수 있겠네요.
이는 다른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이날 자이언츠는 이정후의 안타들을 포함해 총 10개의 안타를 치며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5대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자이언츠가 이달 들어 3점이 넘는 득점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고 지난달까지 포함하면 24일 이후로는 처음이었기에 아주 고무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는데요.
상대가 내셔널리그 전체에서도 승률 꼴찌인 로키스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자이언츠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걸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정후만이 아니라 팀 전체가 본래 기대받던 대로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물론 상대가 워낙 약하다보니 이것만으로 속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를 반등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번 삼연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면 홈인 오라클파크로 돌아간 뒤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다음 주에 같은 지구 1위이자 같은 지역권 라이벌이기도 한 LA 다저스와의 사연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전의 기세를 더욱 살려놔야 합니다.
이정후로서는 오타니와의 두 번째 맞대결인데다 신인상 경쟁자인 야마모토와의 첫 대결이기도 하니 아주 중요한 경기들인데요.
신인상 투표 2위를 기록한 야마모토를 상대로도 오타니 두럽지 않은 타격을 뽐낼 수 있다면, 미국 야구계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야마모토는 지난달에 김하성의 시즌 2호 홈런을 허용해 통산 40홈런을 달성할 수 있게 해준 전적이 있는데요.
홈런 맛집인 쿠어스필드에서 한 번, 오라클파크 홈팬들 앞에서 한 번 홈런 날린 다음 야마모토를 상대로 빅리그 오후 홈런을 날리면 아주 멋진 그림이 나올 겁니다.
다시 살아난 이정후의 방망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잠시 주춤했었지만 또다시 휘몰아치기 시작한 이정후의 돌풍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