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셔틀콕 황제’ 안세영(22·삼성생명)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 부실 논란을 둘러싼 정황을 조사하던 당시, 파리올림픽에 함께 출장한 배드민턴협회 임원 전원이 협회 운영자금을 항공료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번 올림픽의 경우 양궁·탁구·사격연맹 임원들이 파격적인 성과를 거두고 개인 돈으로 항공료를 냈다는 것이다. 배드민턴협회 회장과 임원들이 국내 스포츠 협회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기부금’을 2019년부터 작년까지 한 푼도 내지 않아 소동이 예상됐다.
대한체육회가 24일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 사무실에 제출한 ‘2024년 파리올림픽 참가 스포츠 공동체 항공 지원 현황’에 따르면 배드민턴협회 임원 8명은 모두 항공료 재원으로 운영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한 대한양궁협회에서는 임원 총 12명 중 10명이 개인 돈으로 항공편을 마련했으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대한사격연맹에서는 회장이 나머지 임원 3명의 항공편을 사비로 지원했다.
대한탁구협회에서는 임원 총 4명 중 1.5명(부회장,개인 50% + 협회 50% 부담), 대한수영연맹에서는 임원 3명 중 1명만이 협회 운영비로 항공편을 마련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양궁협회를 포함한 이들 협회는 배드민턴협회보다 적게는 약 65억 원에서 많게는 170억 원까지 예산(2023년도 기준)이 적었다.
심지어 배드민턴협회 회장과 임원진들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협회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꼽히는 ‘기부금’조차 일절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스포츠 협회 특성상 국민체육진흥기금과 지방비 등 보조금만으로 협회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대부분 협회들은 각계의 기부금을 받고, 대회 개최·중계와 스폰서십 등으로 사업 수입을 올린다. 대기업 총수가 협회장을 맡은 종목의 경우 회장 기부금으로 협회 살림 대부분을 대신 하기도 한다.
대한체육회 소속의 65개 회원종목단체의 ‘결산 세입 세출 현황’에서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배드민턴협회의 기부금 항목은 모두 다 ‘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림픽에 나간 다른 종목 대부분이 기부금을 받아 선수를 지원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한양궁협회의 정의선 양궁협회장(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83억원을 기부하며 지난해(66억원)보다 기부액을 늘렸다.
반면 안 선수는 3월 독일오픈과 전영오픈을, 이후 5월부터는 파리 올림픽 담금질에 들어간다.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예정돼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나주 이창동 출신 안세영 선수의 우승을 축하·응원하는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달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안 선수는 최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비대면 전달식을 통해 나주시에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기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