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남성그룹 ‘솔개 트리오’의 리더이자, 천재 싱어송라이터로 불렸던 가수 겸 작곡가 한정선 씨는 지난 2019년 12월 지병으로 별세했습니다.
그의
나이 향년 59세였습니다.
‘솔개 트리오’는 1981년 ‘아직도 못다 한 사랑’으로 주목받은 그룹입니다.
특히 노래 전곡을 작곡한 한 씨는 당시 대중음악계의 신화적 존재였습니다.
음악인 사이에서 천재로 인정받았던 한정선 씨.
그러나 그를 둘러싼 수많은 소문과 의혹이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그의 사후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960년
인천시 중고 신흥동에서 태어난 한 씨는 인천에서 성장하며 10대부터 작곡을 시작해서 총 400여 곡을 작곡 작사했습니다.
1981년 21세 때 황영익, 김광석과 함께 그룹 ‘솔개 트리오’로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고향인 인천에서 80년대 초 ‘솔개 트리오’를 이끌며 젊은 음악을 부흥시킨 대표적 스타이자 전설로 통하죠.
또한 한정선 씨는 국내 가요계에서 공인된 천재 작곡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는 뮤지션입니다.
그가 천재적 뮤지션으로 불리는 이유는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탁월한 작곡 능력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정식 음악 교육이라고는 단 한차례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데뷔곡이자 최초의 히트곡인 ‘연극 중에서’를 비롯해 ‘아직도 못다 한 사랑’, ‘여인’, ‘통나무집’ 등등 숱한 명곡들을 줄줄이 만들어 내면서 가요계에서 불가사의한 전설로 통했습니다.
그의 작곡 능력은 다른 가수들을 통해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민해경, 양수경, 손현희, 임종임, 박남정, 김홍경, 이훈만 등 당시 가요계를 주름잡던 대표적 가수들과 멋진 콜라보를 만들어 내며 히트 작곡가 반열에 오른 바 있습니다.
그는 ‘연극 중에서’ 1집, ‘여인’ 2집, ‘넌 외로운 그림자’ 3집을 수록한 3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5년에서 6년 정도 ‘솔개 트리오’로 활동하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탈퇴했고, 정신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 1990년대까지 작곡가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간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지병이 악화돼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죠.
한편, 팀의 작품을 도맡아 만들었던 한정선 씨가 탈퇴한 이후 ‘솔개 트리오’는 ‘소리새’로 팀명을 바꿔 활동했고, ‘그대 그리고 나’를 국민 애창가요로 등극시키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솔개 트리오’를 대신한 ‘소리새’가 가요계의 주류로 활동하는 동안 자취를 감춰 종적이 묘연했던 한 씨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건 지난 2016년 SBS의 다큐 프로그램인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서입니다.
여러 해 가족과도 연락이 닿지 않던 그 였습니다.
‘그 사이 행방불명이 됐다’, ‘저세상 사람이 됐다’ 등등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는데 고향 인천의 부평에서 노숙자의 모습으로 그가 포착되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조현병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그는 공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식사를 해결했고, 아무렇지 않게 무단 횡단을 해 제작진을 놀라게 했습니다.
한정선 씨는 계속해서 혼잣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길거리에서 누군가 버린 음식물을 꺼내 챙기는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에 정신과 전문의는 “한정선 씨는 현재 조현병 증상을 분명하게 꽤 많은 정도로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작진이
한정선 씨에게 노숙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솔개 트리오는 아니다. 이제 명의도 다르다. 그때의 한정선이 아니다. 다른 길을 이제 가야 한다”
한정선 씨의 길거리 생활을 뒤늦게 접한 ‘솔개 트리오’ 멤버들은 다 같이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모였습니다.
‘솔개 트리오’ 매니저인 김유철 씨는 “이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앞으로 병원에 가는 게 관건인 것 같다”라며 “좀 설득을 해보려고 한다. 옛날 기억도 되살리기 위해 다 같이 모였다”라고 밝혔습니다.
한정선 씨는 옛 동료들을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놀랍게도 그들의 이름까지 다 기억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쓴 노래도 부르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러나 병원행을 권하는 동료의 권유에도 한정선 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한정선 씨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어제 방송 보니 충격이다”, “가족들은 없나”, “쓰레기통 뒤지는데 너무 슬프다”, “저작권료는 어디로 간 건지”, “내가 20대 때 부르고 불렀던 그 노래의 주인공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니 눈물 난다”, “부평에서 가끔 저 아저씨 보면 그냥 거지겠거니 하면서 피해서 지나쳤는데, 저런 사연이 있는 분이었다니 충격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후 제작진은 한정선 씨의 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정선 씨의 동생은 “방송을 보고 울지 않을 수 없겠더라. 어느 정도 아픈 건 알았지만, 그렇게 사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한정선
씨의 동생은 “예전부터 형이 습관처럼 본인의 거처를 안 가르쳐 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제작진의 도움으로 한정선 씨와 만난 동생은 “형의 그런 모습을 보고 팬들이 너무 걱정을 한다. 나도 그렇고 고모도 그렇고, 제발 형 치료 좀 받고 정상적으로 살자”라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한정선 씨는 가족과 주변의 설득에 병원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중이었던 한 씨가 어딘가에 지도를 그려주며 뭔가를 찾아오라고 해서 제작진들은 직접 찾아다 주었습니다.
그건 바로 병환 중에서도 그가 만든 노래들이 들어있는 수많은 테이프들이었습니다.
가슴이 찡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음악에 영혼을 바쳐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정선 씨는 4개월 정도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이 마련한 소극장 무대에 깜짝 공연에 참가해서 함께 연주를 하기도 하고,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조현병을
앓은 지 27년 만에 ‘솔개 트리오’ 멤버로 무대에 다시 오른 것이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한정선 씨에 대해 시청자들은 다행이라며 반겼지만, 그의 생계를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한정선 씨에게는 적지 않은 저작권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궁금한 이야기 Y’에 한정선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된 후 협회 차원에서 확인을 했는데, 저작권료가 정산이 잘되고 있었다”라며 “한정선 씨가 맑은 정신일 때 개설, 지정한 통장으로 정상적으로 계속 지급이 되고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한정선 씨가 마음 편히 음악 하면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한정선 씨의 병원비 일부도 지원했습니다.
한정선
씨는 저작권료 수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년간 인천 부평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노숙을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2018년에는 고향 인천에서 작은 라이브 카페를 열고 활동을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경영 악화와 지병에 시달리다 깊어진 병세로 2019년 별세한 것입니다.
‘솔개 트리오’ 멤버 황영익 씨는 “사망하기 1년 전, 전화가 와서 ‘솔개 트리오 다시 한번 할 생각이 없냐’라고 하더라. 지금은 당장 자기가 못하니까 건강해지고, 몇 개월 지나고 나서”라고 말하며 “길게는 1년을 봤다. 근데 1년이 넘어서까지 연락이 안 왔다. 기다리고 있었는데”라고 말했습니다.
한정선 씨의 유족으로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한정선 씨 남동생은 “형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당뇨, 위장 장애도 있었다. 형이 좀 더 살아야 하는데 저의 부족함 때문에 먼저 돌아가시게 된 거 아닌가 이런 죄책감이 든다”라고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런데 한정선 씨의 사후에 다시 그가 재조명되며 한 가지 심각한 의혹이 터졌습니다.
2020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사망한 ‘솔개 트리오’ 한정선 씨의 노숙 생활이 다시금 재조명됐습니다.
또한
한정선 씨의 노숙 원인과 저작권료에 대한 의혹이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음악 저작권협회는 “저작권료는 정확히 지급되었다.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정선 씨가 1987년 협회에 가입한 이후 지금까지 입금된 저작권료는 수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통장에 잔액이 거의 없다는 게 의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인들에게 돈을 인출했었다고 한정선 씨가 말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네요.
한정선 씨가 영혼을 바쳐가며 사랑했던 음악과 함께 편히 쉬기를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