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A매치 기간에 충격적인 2연패를 당하고 초상집 분위기가 된 베트남.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어 1년간 감독직을 맡았던 트루시에도 이번 일의 여파로 경질되어 어수선한 상태인데요.
그런 가운데 최근 한 베트남 언론에서 충격적인 폭로를 터뜨렸습니다.
트루시에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철저하게 박항서 지우기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베트남 여론은 뒤집어졌습니다.
성적을 떠나서 사람 된 도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필이면 베트남 축구의 아버지와 같은 박항서를 건드리며 선을 넘은 트루시에 행보가 조명되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그에게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고 있으며, 결국 트루시에도 사죄를 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이 논란은 한층 확대되어 차기 감독으로 트루시에처럼 예의를 모르는 외국인 감독이 아닌 박항서의 나라, 한국에서 온 사람을 선임하자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4월 6일 베트남 매체 ‘봉다바더이송’은 유명 방송국 보도 본부장 및 축구 에이전트들로부터 들은 폭로들을 보도했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이 의도적으로 대표팀 내부 분열을 조장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박항서 감독의 제자격 되는 선수들을 차별한 것도 모자라서 실제로 선발에 불이익까지 줬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베트남 축구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트루시에 감독은 대표팀 내 몇몇 선수들을 박항서의 팀으로 부르며 차별 대우했습니다.
이런 대우에 해당 선수들이 불편함을 느껴 숙소도 따로 잡을 지경이었는데, 트루시에는 숙소까지도 박항서의 호텔이라고 부르면서 대놓고 전임자를 모욕했다고 하죠.
이를 보다 못한 축구계 관련자들이 트루시에가 경질되자 일제히 언론사의 트루시에의 행적을 제보한 것입니다.
박항서의 업적이 워낙 크다 보니 트루시에가 많은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차별한 선수들의 몇몇을 보면 이 사람이 도대체 성적을 낼 의욕이 있는 건가 싶을 지경입니다.
트루시에가 박항서의 팀이라고 부른 선수들 중에서 대표격인 선수가 바로 응우엔광아이입니다.
소위 ‘베트남의 메시’로 불리는 선수로 2018년 동남아시아 선수권대회 MVP 자카르타 팔렌방 아시안게임 베스트 일레븐, 2019년 동남아시아 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 2019년 아시안컵 올스타 등 베트남 축구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이러한 성적을 바탕으로 2022년엔 프랑스 2부 리그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일본의 J리그 일부로 진출하려고 하고 있죠.
사실상 처음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베트남의 재능이고, 박항서 체제하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선수인데요.
이런 선수가 감독이 박항서에서 트루시에로 바뀌자마자 곧바로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두 번도 아닙니다.
선발에서 제외된 A 매치가 무려 10경기나 됩니다.
손흥민이 하루아침에 국대 경기를 10번 빠졌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는 축구 팬이 있을까요?
베트남이 겪은 일이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선수들도 차별을 받았었습니다.
응우엔디에리는 2023년 동남아축구연맹 챔피언십의 득점왕이었고, 응우엔 호황득은 같은 대회에서 베스트 일레븐에 들었던 멤버입니다.
그런데도 트루시에 체제에서 응우엔디에리는 단 한 번 선발되었고, 응우앤 호황득은 8번이나 결장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성적이라도 잘 거뒀으면 트루시에는 다 계획이고 전술이었다면서 변명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1년간 거둔 성적은 잘 알려졌다시피 처참하죠.
1승 9패 그중에는 피파 랭킹이 50단계나 차이 나는 자칭 라이벌 인도네시아에게 3연패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루시에의 이해할 수 없는 차별 대우를 보도한 매체는 “트루시에 감독 덕분에 베트남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벤치가 구성됐다. 만약 박항서의 영웅들과 좀 더 조화롭게 교류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른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덧붙여 “직전 사령탑의 공신이었던 베테랑들을 그렇게 대하면서 선수단 마음을 사로잡기란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고 비판했는데요.
매체 역시 지도자가 자기 철학과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기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난 경기들과 소속 클럽에서의 활약이 출중한데도 그저 사적인 감정으로 외면한 것은 변명할 수 없는 감독의 잘못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선수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이게 얼마나 팀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은 실력이 출중한 선수조차도 단지 박항서한테 총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선발 기회까지 빼앗았습니다.
그 말은 선수들이 팀에서 아무리 좋은 경기를 펼쳐도 사소한 이유로 감독의 눈밖에 나면 끝장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트루시에가 처음 박항서 감독과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때는 베트남 연령별 대표팀들의 감독직을 나눠 맡으면서 서로 협력하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트루시에는 자기가 감독이 되자 박항서의 업적을 부정하고 박항서의 제자들을 푸대접했습니다.
누가 그런 감독 밑에서 의욕을 가지고 뛸 수 있겠습니까?
결국 트루시에의 전격 경질은 베트남 언론의 폭로로 인해서 트루시에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지고 말았습니다.
트루시에는 이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사실 트루시에가 자신과 박항서의 비교를 불편해하는 기색은 여러 번 내비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트루시에도 한 사람의 축구 감독으로서 전임자의 업적과는 무관하게 평가받을 권리는 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트루시에가 자신과 박항서 감독을 비교하는 베트남 언론들의 쓴 소리를 해도 팬들은 그냥 넘어갔었는데요.
경질 이후에 이처럼 트루시에가 감독을 자존심이 아닌 박항서 개인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박항서가 직접 키운 선수들에까지 화풀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입니다.
그 결과가 성적 상승, 아니 하다못해 유지라도 됐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었죠.
최근 A매치 성과까지 포함해서 얼마 전 피파는 새로운 랭킹을 공개했는데요.
베트남은 무려 10계단이나 하락해 115위가 되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잃은 팀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베트남이 잃은 점수는 34점, 이 점수는 요전에 베트남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둔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에게로 고스란히 넘어갔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이를 바탕으로 한 번에 8계단을 뛰어올라 134위가 되었습니다.
베트남 팬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죠.
이처럼 들끓는 민심에 트루시에가 경질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례적으로 사과를 할 정도였습니다.
경질될 당시만 해도 트루시에는 베트남 팬들이 경기에서의 패배만 생각하고 자신이 그동안 팀에서 바꿔온 것들을 보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팀에서 바꿨다는 것이 알고 보니 박항서의 제자들을 차별해서 귀중한 전성기를 날려 먹는 일이었다는 게 밝혀졌으니, 트루시에도 할 말이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트루시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했습니다.
그는 “베트남 팬들의 실망감을 이해하며 나의 책임을 무거운 마음으로 인정한다. 팀의 리더로서 이러한 결과에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라며 여태까지의 행적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트루시에가 납작 엎드렸음에도 베트남 축구 팬들의 분노는 식지 않았습니다.
트루시에는 지난 1년간 베트남 내부에서 박항서에 반대하는 여론을 만드는 중심이었습니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그의 언행은 몇몇 언론을 포함해 베트남 내부에서 박항서 감독을 헐뜯는 의견들을 결집시켜 왔습니다.
내지 못한 것도 모자라서 박항서 감독을 인간적으로 미워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니 이게 베트남 사람들의 정서에는 몹시 거슬렸던 것입니다.
어떻게 자신보다 유능하다고 더 어른인 박항서를 상대로 그런 무례를 범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알고 보면 베트남도 유교 사상의 뿌리 깊게 남어 있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의 생김새와 언어가 많이 다르게 느껴질 뿐, 동북아시아 국가들과 같은 한자 문화권이자 유교 문화권이죠.
박항서는 이미 베트남에서는 최고의 경위를 담아 선생님 스승님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아비와 스승과 임금을 동일시하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트루시에라는 이방인이 감히 아버지와 같은 박항서를 모욕한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이렇게 그의 행동을 변호할 최소한의 명분도 없어졌으니 베트남 팬들의 분노가 이해가 되죠.
일부 팬들은 트루시에를 넘어 아예 유럽 출신 감독들 자체가 베트남 정서에 맞지 않으니 선임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내고 있습니다.
“유럽 출신 코치는 베트남 축구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실수하지 마십시오. 잘 생각해야 합니다”, “유럽 감독들은 종종 베트남 선수들의 사고와 신체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적절한 기준을 통해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합니다”, “이들은 유럽 출신 감독이 단순히 베트남 정서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베트남 선수들의 신체 조건에도 어울리지 않는 전술을 펼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합당한 지적입니다.
사실 국민적인 정서와 부합하는지는 생각보다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국 역시 자기 일에 전혀 열성을 다하지 않는 클린스만을 이해할 수 없었듯이 말이죠.
성실이 미덕인 한국에서 게으른 감독을 이해할 수 없었듯이, 존경이 미덕인 베트남에서는 전임자를 헐뜯는 감성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베트남에게 선수들의 신체 조건은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잘 먹이고 운동을 많이 시켜도 지금 있는 선수들의 키가 갑자기 자라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단순히 박항서의 선례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도 이런 관점에서 베트남 팬들은 다시 한국에서 감독을 데려오길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베트남과 유교적 가치관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20세기 말부터 적잖은 시간을 쏟아서 선수들의 신체 조건을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을 직접 거쳐 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뛰어난 신체 조건을 지닌 축구 선수를 배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고, 베트남 축구계는 장기적인 미래를 원해 한국의 피지컬 개선 노하우를 원합니다.
게다가 한국 감독이라면 트루시에처럼 베트남에서 손가락질 받을 만한 행동이라면, 한국 국내에서도 손가락질 받을 테니 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죠.
현재 최소한 2년 뒤 북중미 월드컵 이상 동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차기 감독을 찾고 있는 베트남은 최우선 순위로 한국 감독들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과연 이들이 누굴 선택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