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결국 눈이 감기는구나…” 마지막 순간 문을 열고 혜성처럼 등장한 김국진의 눈물겨운 그날의 이야기를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2008년에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던 남자, 부활의 김태원.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를 재밌는 사람으로만 생각했죠.

너무 독특하고 4차원적인 그의 화법과 에피소드에 깔깔 웃으며 ‘부활의 김태원이란 사람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이렇게 호기심이 생겨 그에 대해 파고 들어가다 보니 김태원의 인생은 정말 파란만장하고 고통에 가득 찼던 시간이자, 톡하고 건드리면 쉽게 깨질 것만 같던 유리 같은 삶, 그 자체였습니다.

가장 슬퍼 본 자만이 가장 웃길 수가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사랑하던 부활의 노래는 그만의 지옥 속에서 만든 음악이죠.

 

 

오늘은 김태원이 머물던 그 지옥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2008년부터 김태원을 알게 된 분이라면 마치 지금의 어린 세대들이 임창정과 윤종신을 인식하듯, 그를 가수가 아닌 예능인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의 음악 천재 중 한 명이자 김도균, 신대철과 함께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힌 뮤지션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락밴드인 ‘부활’의 리더이기도 하죠.

그가 이렇게 음악계에서 큰 존재감을 떨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강박증에 가까운 완벽주의 성향이었으며, 그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든 타고난 기질이기도 하죠.

박완규는 김태원의 완벽주의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부활에서 부른 ‘lonely night’은 한 달이 넘게 녹음한 곡이었다. 더욱이 ‘이런 시간에는 더 그리워’라는 단 한 문장을 완벽히 녹음하기 위해서 나는 무려 2주란 시간을 녹음실에 처박히며 끊임없이 다시 불렀다”

“내가 미칠 것 같던 건 태원이 형의 요구는 항상 두리뭉실했다는 거다. 어느 부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기 보다 ‘새벽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해보라’라는 시적인 표현으로 요구했다”

“정확히 이게 무슨 느낌인지 보컬 스스로가 찾아내야 했고, 그 느낌을 김태원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계속 불러야 했으니, 부활의 보컬들은 녹음만 했다 하면 10kg 이상이 항상 빠지기 마련이었다”

 

이런

박완규의 증언 외에도 이성욱과 김기연 등 부활을 거쳐간 보컬들이 성대 결절에 흔히 걸린 걸 감안하면 항상 김태원은 음악적 완성도에 있어 절대로 타협하지 않던 인생이었죠.

그리고 이런 고집이 불후의 명곡을 탄생시켰지만, 반대로는 그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그도 사람인 이상 예전보다 못한 곡을 만들 수도 있고, 대중들의 반응이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는 건데, 그는 자신의 노래에 대한 완성도에 엄청 예민했기 때문에 매일같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약과 술에 의존했었죠.

 

 

더구나 아이스크림 대용량을 녹여 물처럼 마신다든지, 쥐포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먹던 비상식적 폭식까지 감안하면, 그의 몸이 비정상적이지 않은 게 오히려 더 이상 했던 상황이죠.

 

더욱이

이런 생활 방식은 ‘부활’의 침체기와 더불어 가족들과 떨어진 기러기 아빠 처지이기도 했으니, 솔직히 당장 내일 죽는다 해도 이상할 게 없던 생활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지옥에 떨어졌을 때 그를 대표하는 명곡인 ‘사랑할수록’과 ‘네버 엔딩 스토리’가 탄생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의 인생은 경제난까지 겹치며, 더더욱 끝도 없는 밑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고, 결국 그는 방에서 홀로 외로이 쓰러지며 사망 직전까지 가게 되었죠.

하루에 소주 다섯 병을 먹으면서 망가져버린 간이 원인이었는데, 이는 패혈증으로까지 발전되며 끝내 피를 쏟게 하고야 만 것입니다.

 

당시의

상황을 김태원의 매제가 묘사하길 “형님이 쓰러져서 앰뷸런스가 도착했을 때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굉장히 고생했습니다. 형님은 가족들에게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핏자국을 호스로 물을 뿌리며 지울 정도였으니, 병원으로 형님을 데려가는데 정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형님은 병원으로 가기 전 내게 한마디를 힘겹게 건넸는데, ‘아직은 만들지 못한 곡이 많기에 난 살아야 한다’라는 말이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김태원은 한 가지를 크게 깨닫죠.

 

 

자신의 몸이 자기 거라고 마음대로 쓰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의 절제 없던 비행으로 인해 사랑하던 가족이 고통받았으니까요.

 

이에

정신을 차린 그는 곧바로 의사와 상담을 했는데 의사는 그에게 잊지 못할 감동적인 시간을 선물하죠.

“당신에겐 술을 먹고 죽든가 아니면 사랑하는 음악을 하든가 이 두 가지 선택권밖에 없지만, 저는 부활의 오래된 팬입니다. 때문에 당신의 음악을 앞으로도 계속 듣고 싶은 이로써 부디 술을 끊고 살아주세요. 이게 팬으로서의 부탁입니다”

자신을 향한 가족과 팬의 슬픔을 목격하고 정신을 차린 그는 이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술을 끊어버렸고, 현재는 철저한 건강식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한다고 하죠.

 

살아서

걸어 다니는 게 기적이라고 평가받던 그의 삶은 운이 좋게도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또 한 번 구원받게 되는데, 건강검진 특집에서 그는 우연히 암을 발견하여 시간이 지났다면 죽을 수도 있던 위기를 행운처럼 넘기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패혈증 이전에 이미 진행되었던 간경화는 그를 촬영차 묵었던 숙소에서 또 한 번 죽기 직전까지 몰아갔는데, 이때 그의 생명을 구한 것은 바로 김국진이었습니다.

촬영 당일 아침에 김국진은 김태원의 방을 찾아갔는데, 수차례 노크했음에도 불구하고 김태원의 반응이 없자 김국진은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호텔문을 강제로 부시며 들어가 쓰러진 김태원을 발견했다고 하죠.

 

평소

김태원을 아끼던 김국진은 당황한 나머지 크게 오열하며 119를 부를 겨를도 없이 그를 업어 병원으로 직행했고, 또 한 번 기적에 가까운 확률로 김태원은 살아남게 되고요.

이처럼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매제와 김국진 말고도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자신을 세상에 소개해 준 김구라 및 ‘남자의 자격’에 꽂아준 이경규 같은 은인들이 항상 주위에 있었습니다.

이는 단지 타고난 인복이 좋아서만은 아닐 겁니다.

예수를 향한 그만의 완벽주의와 과정에서 얻은 철학이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김태원만 가지고 있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겠죠.

이젠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김태원의 음악에 앞으로는 어떤 멜로디와 가사가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