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FC서울과 대구FC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홈팀 서울이 전반전 황의조와 나상호, 팔로세비치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대구를 3-0으로 제압했습니다. 이날 결과로 서울은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상위권 경쟁에 합류했습니다. 반면 대구는 네 경기 연속 무패(1승 3무) 기록을 마감했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이날 경기에 대한 관심도는 남달랐다. 지난달 31일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시축에 나선다는 소식이 접해진 순간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임영웅은 팬들에게 “내가 먼저 FC서울 측에 시축을 하겠다고 연락을 했다”면서 “오시는 발걸음을 하며 주변에 핀 꽃들과 선선해진 날씨를 느끼며 봄나들이를 하시면 어떨까 싶어 이번 일정을 준비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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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은 지난 2016년에 데뷔한 가수다. 2020년 트로트 오디션인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초대 진(1위)을 달성하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중년 팬들의 아이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임영웅의 팬덤은 연예계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전국 각 지역별로 지부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이러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명성답게 예매 시작과 동시에 티켓은 팔려나갔다. 이미 예매만으로 3만 장 이상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서포터스가 모여있는 북측과 남측 원정석 자리는 남겨 두는 매너까지 보였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임영웅 측은 예정에 없었던 하프타임 공연도 추가로 편성했습니다. 이후 임영웅은 이날 경기 예정대로 시축과 하프타임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그 뒤에는 열렬한 팬들의 성원도 있었습니다.
이날
관중은 총 45,007명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프로스포츠 최다 관중임과 동시에 2018년부터 유료 관중만을 집계한 K리그에서도 가장 많은 기록이었습니다. 기존 높아진 K리그의 관심과 더불어 임영웅 팬덤의 등장으로 그야말로 역사를 썼다. 하지만 그보다 주목받은 것은 임영웅 팬들의 매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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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구단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 종료 후 “‘영웅시대(임영웅 팬클럽)’ 분들이 관중석에 있는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갔습니다”라고 알렸다. 평소 임영웅의 팬들은 행사나 콘서트가 있을 시에도 쓰레기를 치우고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이날 하프타임에 임영웅의 공식 행사가 모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파도타기 등을 통해 홈팀 서울의 응원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모든 장소에서 줄을 서는 질서는 기본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웅시대’ 경기 동부 지역의 방장이자 닉네임 ‘내사랑’으로 활동중인 팬은 <스포츠니어스>를 통해 관련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먼저 이 팬은 “우리는 평소에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주변 쓰레기를 담아서 다 가져온다”면서 “팬덤이 시작됐을 때부터 있었던 문화다. 사실 우리의 모든 행동이 (임)영웅 님에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우리는 최대한 영웅 님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한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그는 “주변에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있으면 우리가 주워서 처리해야 하는 것을 사전에 논의했다”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형태는 다르다. 나는 집이 수도권이라 그냥 집 근처 자치단체의 쓰레기봉투를 들고 와서 차로 가져갔다. 어떤 분은 마포구에 있는 쓰레기봉투를 사셔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각자 비닐봉지를 가져와서 본인이 먹은 것은 본인이 치우는 분들도 계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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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축구장에서는 꽤나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이 본인 쓰레기는 경기장에 비치된 쓰레기통에 처리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쓰레기까지 직접 치우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이 팬은 “아무래도 팬들 중에서 엄마 나이의 연령대가 많다”면서 “엄마들이 오지랖이 넓다. 쓰레기를 안 치우고 가면 ‘이거 다 치우고 들어가셔야 한다’라고 말한다. 특히 오늘은 관중들이 많이 왔다 보니까 신경 쓰기도 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계속 말을 이어가던 중 이날 임영웅의 시축과 공연 이야기가 나오자 이 팬의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그는 “사실 하프타임 공연이 결정되기 이전부터 우리 사이에서는 나름 ‘노래도 불러주시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면서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노래에 비해 춤을 잘 추시는 편은 아닌데 오늘 정말 잘하셨다. 또 축구화를 신고 경기장에서 춤을 추셨지 않았나. 그런 배려를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라며 여전히 설렘에 휩싸인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