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림은 1940년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부잣집 한량으로, 결혼한 뒤 2년 만에 첩을 얻어 살았는데요.
옛날에는 남자가 돈 좀 있으면 첩을 많이 데리고 살았는데, 그 때문에 그녀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무려 7명의 첩을 둔 남편을 모시며 살아야 했습니다.
김용림은 어릴 때는 부모님의 그런 사정도 모르고 살다가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이모가 이야기를 해 주면서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되는데요.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랑채에서 첩과 함께 있는 것도 보고 살았는데, 그래도 늘 아버지가 옷을 갈아입으러 본 채로 올 때면 가제수건에 잣을 싸서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장을 닦았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잣기름으로 닦았던 3층 화류장은 아직도 김용림이 버리지 않고 갖고 있는데, 오빠들은 귀신 나올 것 같다고 말리지만, 김용림은 자신이 그걸 닦으면서 엄마를 생각한다고 하는데요.
6남매
막내였던 김용림은 자신들에게 배다른 형제자매가 없다는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두었습니다.
자신에게 엄마란 존재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렇게 사셨듯이 남편과 자식을 위하여 헌신하는 존재, 집에서 살림만 하는 현모양처의 존재인데, 어머니는 무더운 여름에도 한복을 입고 버선을 항상 신으셨고, 그래서 어린 나이부터 ‘엄마는 천생 여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용림은 ‘지금 돌이켜 보면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슬픈 삶을 사셨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자란 김용림은 TV 방송이 없던 시절 60년대에 먼저 성우로 방송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 오빠들이 집에서 딴따라가 나오는 걸 심하게 반대했지만, 김용림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 결국 그렇게 방송일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김용림은 성두 활동을 하던 중 3년 선배 성우였던 남일우를 만나며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녀는 처음 방송국에 신입 성우로 세 명이 들어갔는데 처음만 해도 남일우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고 하는데요.
남일우는 당시 말이 많이 없고 등나무 밑에서 책만 읽던 남자였는데, 김용림은 어느 날부터 자신의 소지품이 하나씩 없어지더니, 남산에 있는 방송국에서 내려가려면 양산이 필요했는데 남일우가 자신을 챙겨주고 데려다주면서 사랑이 싹트게 됩니다.
처음에는 남일우가 김용림에게 옆에서 계속 말을 걸고 관심을 표현했지만, 사실 사내 연애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서로 모른 척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서로 일이 끝나면 명동에 가서 데이트를 하다가 김용림의 집이었던 돈암동까지 데려다주는 식으로, 그렇게 남일우가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면서 결국 6년의 열애 끝에 김용림은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김용림은 당시 남일우의 과묵함과 빠른 걸음걸이가 멋있어서 반했다고 하는데요.
남일우는
김용림에게 ‘어젯밤 달을 봤냐. 난 당신을 한참 생각했다. 지금 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소’라고 전하며 프로포즈를 했다고 합니다.
결혼 후 그녀는 남편과 부산 해운대로 신혼여행을 가게 되는데, 당시에는 통금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5년 연애하는 동안에 그녀는 남편과 손만 잡았다고 합니다.
연애할 때 손만 잡았기 때문에 김용림은 신혼여행지에서 그렇게 쑥스러울 수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김용림은 슬하에 1남 1녀를 낳았고 아들 남성진 역시 커서 배우가 된 데다가, 아들이 배우 김지영과 결혼하게 되면서 이들 가족은 배우 가족이 되게 되는데요.
그런데 김용림은 남일우가 종갓집 장손이자 외아들이다 보니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털어놓기를 자신은 시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인 시집살이를 당했는데, 자신이 부잣집 막내딸이자 TV 스타였기에 부엌에는 절대 못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첫째 딸을 낳고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선언하게 됩니다.
그러자 남편은 일주일만 여유를 달라고 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수십 년이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김용림은
배우로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남편과 부부 싸움을 할 수가 없었고, 집에서는 시부모님 때문에 싸우지 못했고 자동차 안에서는 기사 때문에 못 싸웠고, 또 다방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쳐다봐서 싸우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남일우는 어머니가 김용림을 심하게 대한 날이면 아내를 붙잡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담벼락을 가리키면서 ‘이게 우리 엄마다. 그러니까 여기다가 욕을 해라’라고 하게 되는데요.
사실 보통 아들들은 그러기가 쉽지는 않기에 김용림은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감격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렇게 김용림은 담벼락에 대고 30분이나 욕을 했고 그렇게 하니까 속이 후련해졌다고 하는데요.
만약 그렇게 욕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못 살았을 것인데 그렇게 30분이 지나니, 그동안 담배만 피우던 남편이 ‘이제 그만해’라고 딱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김용림은 사실 남편이 시어머니와 자신 사이에서 분명하게 행동했고 공정하게 판단해 줬다고 밝혔는데요.
아들이
그렇게 하니까 시어머니는 자빠지시며 한 번은 식칼을 놓고 죽자고까지 하셨다고 합니다.
당신에게는 아들이 최고였는데 착했던 아들이 여자를 만났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며 원망을 했다고 하는데요.
김용림은 결국 ‘시어머니가 죽느니 내가 떠나야겠다’라고 생각했고, 한때는 딸 양육권까지 고민할 정도로 이혼 생각이 확고했지만, 남편이 일주일만 달라고 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아마 남편이 없었다면 자신은 진작에 이혼했을 것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44살의 연극 무대에 서고 있던 중 그만 자신의 친정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는데요.
공연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바쁜 스케줄 때문에 아픈 어머니와 함께 자본 적도 거의 없었던 김용림.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너무나 슬펐지만 펑펑 울다가도 공연을 하러 가야 했고, 무대 위에서는 웃으며 연기를 했는데 ‘이게 배우의 인생이구나’라고 느꼈다고 밝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그렇게 김용림은 21살에 시작해서 80이 넘은 지금까지 슬럼프라는 게 무언지도 모른 채, 고부갈등과 친정어머니의 별세를 겪는 와중에도 쉬지 않고 평생을 일만 하며 살아온 것인데요.
얼마 안 되는
출연료와 배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백 없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밝힌 김용림.
그녀는 젊은 시절 20대부터 이미 어머니 역을 맡았으며, 40~50살에도 변함없이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드라마에 등장했습니다.
사실 여배우라면 누구나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 역할을 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싶지만, 김용림은 그런 역할을 해보지 못한 채 늘 나이 먹은 어머니 역할만 해왔던 것인데요.
여배우로서 그런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사실 그만큼 부끄럽고 굴욕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김용림은 오히려 덤덤했습니다.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은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수록 자리가 좁아지는 것에 초조해하고 얼굴을 고치기까지 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몹시 안타까웠지만 자신은 30대나 지금이나 인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한 시절 잠깐의 인기가 아닌 평생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도 조연이라는 역할을 통해서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며 세월이 흘러 어느덧 아들, 며느리까지도 보게 된 김용림은 며느리 김지영을 누구보다 배려해 주고 굉장히 좋은 관계로 지낸다고 하는데요.
김지영은
시어머니 김용림이 항상 잘 챙겨주시고 자신이 촬영 분량이 많아서 잠도 거의 못 자고 밥도 잘 먹지 못하는 것을 아시니까 촬영장에 오실 때마다 음식과 약을 싸다 주신다고 밝혔습니다.
김용림은 본인이 과거 고부 갈등을 심하게 겪었다 보니 자신은 며느리에게 일을 안 시키고, 며느리가 알아서 잘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며느리를 미워하면 자신의 아들이 괴로워지기 때문에 언제나 며느리를 미워하지 말자고 생각한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어느덧 팔순이 훌쩍 넘은 고령의 나이가 되어버린 김용림은 아직도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도 나이가 드니 조금만 몸이 불편해져도 이제는 덜컥 겁이 난다고 합니다.
자신보다 훨씬 젊은 배우 김자옥이 별세했을 때도 조문하며 슬퍼했던 그녀는 땀이 조금만 나도 괴로워지고 쉽게 목이 잠기기도 하고 감기에 허리 디스크까지 왔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자기 운동이든 스트레스든 자신을 더 내몰고 나무라는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한다는데요.
어릴 적 아버지의 외도에도 꿋꿋이 참아내는 어머니의 밑에서 자라다가 배우가 되어 남편과 결혼했지만 극심한 고부갈등을 겪으며 이혼까지 할 뻔하더니, 바쁜 스케줄에 자신을 길러주신 친정어머니께는 신경도 못 써드리다 결국 하늘로 보내드렸지만, 그 와중에도 웃으며 연기를 해야 했고 더군다나 멜로 여주인공도 아닌 평생을 ‘어머니’ 역할만 해오며 이제는 팔순이 넘어 자신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더 열심히 활동해 극복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김용림.
그녀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바라며 너무나 슬픈 인생을 살아온 배우 김용림에게 시청자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